이달 말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이 사라지게 됩니다. 서사원은 ‘서울시의 공공돌봄을 책임지겠다’는 목표를 갖고 5년 전 설립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이에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복지 공약으로 ‘광역지방자치단체별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약속했고, 문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면서 서사원이 설립되었죠. 그러나 지난 4월 서울시의회가 서사원 지원 조례 폐지안을 가결하면서 빠르게 폐지 수순을 밟았어요. 서사원의 이사 중 노동이사 한 명만 빼고 모두 해산에 찬성했고요, 서울시는 이사회의 결정이 나온 바로 다음날 해산을 승인했어요.
공공돌봄 재빨리 없애버린 이유는?
서사원은 민간에서 다루기 어려워하는 중증환자나 장애인에게 공공돌봄을 제공해왔어요. 돌봄인력을 월급제로 고용해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왔고요. 그런데 서울시의회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사원의 경영 실태가 방만하고 설립 취지와 달리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며 폐지안을 밀어붙였어요.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서사원 지원 폐지 조례안은 통과되고 말았죠.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선된 이후 오 시장의 측근인 황정일씨가 서사원 대표로 취임했는데요, 이때부터 서사원이 본격적으로 공격받기 시작했어요. 황 대표 취임 이후 서사원이 ‘민간의 요양보호사와 비교했을 때 서사원 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다’며 셀프비판을 이어갔기 때문이에요. 황 대표는 서사원을 ‘돌봄업계의 삼성’에 비유하기도 했어요. 방만 경영 프레임이 씌워진 서사원은 예산이 100억원이나 삭감되다 못해 서울시가 예산을 지원할 법적 근거까지 사라지게 됐어요.
지난 4월 26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사원 지원 폐지 조례안이 통과됐다. 사진: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월급 223만원인데 ‘돌봄업계의 삼성’이라고?
서사원은 안정적이고 질 높은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요양보호사를 월급제로 고용했고요, 요양보호사들은 방문서비스를 나가지 않을 때에도 돌봄 사례별 관리, 교육 등을 진행하며 일을 했어요. 정해진 몇 시간만 돌봄지원을 나가고 방문시간에 따라 시급을 계산하는 민간의 요양보호사와 임금을 직접 비교하는 건 무리인데도, 서사원 노동자들이 민간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임금을 받는 것처럼 비판받았어요. 월급이 223만원이었는데도 말이에요.
서사원 덕분에 겨우 안정됐는데… 또다시 일상이 흔들리는 이용자들
8월부터 공공돌봄을 빼앗기게 생긴 서사원 이용자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서사원은 주로 민간에서 다루기 어려워하는 중증 환자나 장애인을 맡아왔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서사원을 대체할 민간기관을 찾지 못하거나 서사원보다 질이 떨어지는 돌봄을 받게 될까 우려하고 있어요. 민간 기관에서 돌봄서비스 제공을 번번이 거절당했던 이용자들이 서사원을 통해 공공돌봄을 받으면서 이용자들의 삶이 나아지고, 그의 가족들도 생업에 몰두할 수 있었거든요. 서사원 서비스 종료 통보를 받은 이용자들은 일상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고 있대요.
사진: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중증환자·열악한 환경 기피하는 민간 서비스의 문제, 어떻게 해결할 건가
민간 기관은 보통 공격성이 있는 돌봄 대상자나 이동이 어려운 중증 환자 등을 피해요. 생활환경이 열악한 것도 기피사유가 되죠. 돌봄 노동의 난이도가 높은데, 요양보호사의 시급은 적기 때문이에요. 또 민간의 요양보호사들은 시급제로 일하기 때문에 1일 서비스 시간이 긴 이용자를 선호해요. 지원받는 활동지원급여시간이 짧은 돌봄 대상자는 요양보호사를 배정받기까지 더 오래 기다려야 해요.
서사원은 월급제로 노동자들을 고용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들이 지원급여시간을 따질 일이 없었고, 돌봄 노동의 난이도가 높은 경우에는 보호사 2명을 배치해서 중증환자가 배제되지 않도록 했어요. 요양보호사들을 계속 교육하고, 개별 사례들을 밀착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다보니 돌봄의 질도 올라갔죠. 서사원 노동자들은 돌봄대상자의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냈어요. 작업치료사를 모셔 집안 환경을 개선해주거나, 심리상담사와 동행해 심리상태를 살피기도 했어요.
민간에서 배제되기 쉬운 취약계층을 책임져왔던 서사원이 이대로 사라지는 게 맞을까요? 우리나라는 국공립기관이 직접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율이 0.4% 정도에 그친다고 해요. 스웨덴은 72%나 되고, 옆나라인 일본도 24%인데 우리는 터무니없이 낮습니다. 서사원을 폐지할 게 아니라 서비스 비중을 늘리고, 다른 지역에도 확대해야 하는 상황으로 보이는데요, 서울시는 오히려 공공돌봄을 내쫓고 있어요.언젠가 모두 돌봄이 필요하게 될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참고문헌
한겨레. 24-05-01.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폐지되면 안 되는 이유]. 한겨레. 24-05-22. [서울사회서비스원 ‘해산’ 의결…노동자 300명 ‘해고’]. 한겨레. 24-07-08. [“공공돌봄 이렇게 끝내버리다니요”…서울시는 ‘알아서 구하라’?]. 경향신문. 24-07-08. [믿었던 공공돌봄 끝이 ‘벼랑 끝’···말뿐인 약자 동행]. 주간경향. 22-12-19. [서사원 예산 62% 삭감···‘공공돌봄’ 마비 위기]. 이로운넷. 24-05-16.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 논란, 공공돌봄 서비스 붕괴 우려]. 매일노동뉴스 2024-07-26 [“월급 받는다고 지탄받는 노동자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