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001%의 소수가 5168만 국민을 대표해서 탄핵심판을 한다?
미션106🚩 국민주권의 실현을 위해 국민소환제 도입하라
|
|
|
눈 내리던 3월이 어느덧 봄내음을 물씬 풍기며 포근한 4월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날씨와달리 마음은 영 편치 않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오늘로 벌써 100일째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이어가며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야말로 온국민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하루하루 입니다. 그래서인지 기다림에 지친 시민들은 헌재의 장고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어요. 헌재의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국론 분열을 초래하고 사안의 심각성을 흐린다는 비판도 많죠.
|
|
|
헌재의 지나친 숙고를 향한 한 누리꾼의 지적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출처: SNS 갈무리
|
|
|
대체 뭐가 문제인데? 난무하는 추측과 낭설
헌법학자들 사이에선 탄핵소추가 인용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2월 헌재에 탄핵소추 인용 촉구 의견서를 제출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 소속 학자들을 비롯한 학계의 소견을 종합해봤어요.
|
|
|
그런데도 헌재의 고민이 길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기에 관해선 확실하게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헌재가 이렇다할 입장 표명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헌재의 상황을 추측하는 불확실한 언론 보도만 쏟아지고 있어요. ‘탄핵 반대 여론 결집과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재판관들 사이에서 인용과 기각∙각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통합을 고려해 만장일치 결론을 내기 위해 숙의를 거듭하는 것이다’ ‘최소한의 흠도 잡히지 않기 위해 사실관계 확정에 시간을 쏟고 있다’… 그럴듯하지만, 모두 헌재를 둘러싸고 난무하는 각종 ‘썰’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는 상태에선 헌재의 입만 바라보는 국민의 답답함만 늘어갈 뿐이죠.
원점으로 돌아가 질문하기: 헌재가 국민을 대표하는 게 맞나요?
헌재의 늑장 판결에 한편에서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단 여덟 명의 헌법재판관이 5000만명이 넘는 국민을 대표해서 대통령을 심판하는 게 과연 온당한가?”
언뜻 황당한 의문으로 비춰질지 모릅니다. 대통령은 헌법에 따라 구성한 정부의 최고 수장으로 그자신 역시 헌법기관에 해당합니다. 헌법기관인 대통령이 위법을 저질렀으니, 헌법을 다루는 최고재판기관 헌재에서 대통령 탄핵심판을 하는 게 당연해 보이죠. 하지만 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헌재에 우리 정치 시스템과 맞지 않는 과도한 권한이 주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헌법학자인 김종서 배재대(경찰법학과) 명예교수의 논문 ‘권력구조의 민주적 재편’, 정치학자 오현철 전북대(일반사회교육학) 교수의 연구 저널 ‘국민주권과 시민의회’ 속 한 대목을 살펴볼게요.
|
|
|
“선출되지 않고, 직접적인 국민대표성을 갖고 있지 않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9인에게 정당의 운명을 맡기고 법률의 개폐를 결정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 핵심에 있는 의회정치와 조화되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김종서. 2017. 권력구조의 민주적 개편.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최종적이며 누구에게나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국민이 직접 행사해야 할 주권을 9인의 재판관이 대신 행사하는 셈이다… 그 결과 국민들은 정치에서 소외되고, 주권을 행사할 기회는 근원적으로 박탈된다”
오현철. 2015. 녹색평론. 국민주권과 시민의회. |
|
|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헌법이 규정한 절차를 존중하며 헌재의 심판을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도 “이게 맞냐”는 의구심이 흘러나오고 있어요. 8~9인의 헌법재판관이 과연 국민을 대리해서 국민이선출한 대표자를 심판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죠.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처럼, ‘헌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국민주권이란 말이 무색해진다는 아픈 평가도 있습니다. 주권이 정말 국민에게있는 게 맞느냐는 질타인 셈이죠. 일리가 있습니다. 김 교수와 오 교수가 지적했듯 헌법재판관은 민의와 관계없이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임명직이거든요. 일반적으로는 헌재 안에 9명의 재판관을 두니까, 전체 국민의 0.00001%에 불과한 극소수가 탄핵심판을 진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
|
꽃샘추위가 기승 부린 3월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 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출처: 노동과 세계 |
|
|
시민 사회의 또다른 대안: 국민소환제
헌재의 더딘 진행에 ‘탄핵심판 회의론’이 불거지면서 시민 사회에서는 국민적 차원에서 논의를 할만한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국민소환제’입니다. 국민소환제는 선거를통해 선출한 대표를 유권자들이 직접 투표로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지금의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이 국민의 위임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대의민주주의 요소라면,국민소환제는 주권자인 국민에게 ‘직위 박탈’의 권한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 수단이라고 볼 수 있죠.
|
|
|
시민 사회에서도 헌재의 한계를 지적하며 국민소환의 도입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SNS 갈무리.
|
|
|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국민소환제가 논의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대통령을 국민소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요. 최근에는 정책∙입법연구센터 공익허브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모두를 대상으로 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고 이를 입법화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죠.
적지 않은 시민들이 국민소환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건 헌재의 탄핵심판이나 법원의 선거법 재판 같은 사법적 수단으로 선출 권력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기 때문입니다. 사법적 제재는 지금의 윤 대통령 탄핵심판처럼 상당한 절차와 시간을 요구하기에, 사법부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국민은 하염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의원의 재판 사례도 한 번 볼까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사법부의 재판 기간은 1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20년 21대 총선 직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국회의원 26명의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423일로 드러났죠.
“국회의원은 자체적인 제명 규칙이 있는 것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던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씁쓸하게도 국회의 자정 능력도 그리 믿을 만한 것이 되지 못합니다. 1948년 제헌국회부터 현재의22대 국회까지 77년간 국회에서 발의한 의원 제명촉구결의안은 단 4건뿐이거든요. 1991년 국회윤리특별위원회를 설치한 후 접수된 의원 징계안 352건 중 실제 징계 처분을 내린 경우는 6건에 불과했고요.
|
|
|
국민주권 실현: 위법하고 무능하며 부패한 권력자를 끌어내릴 권리
보시다시피 대통령, 국회의원 등의 선출 권력을 사법적으로 제재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상황에서 지금 현재 국민에게 주어진 주권자로서의 ‘심판’ 기회는 4, 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선거가 유일합니다. 만약 국민소환제를 도입한다면 시민들은 이제 지지부진한 사법 절차로 불안함을 느끼지 않아도 됩니다. 주권자의 권리를 사법부에 맡긴 채 운명의 선고일을 기다릴 필요도 없죠.
국민소환제를 운영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로는 영국이 있습니다. 영국은 오랜 격론 끝에2015년 의원소환법(Recall of MPs Act 2015) 을 제정한 후 2016년 3월 4일부터 하원의원을 대상으로 한 국민소환제를 시행했는데요. 비록 범죄행위로 인한 기소 및 구금형 선고, 하원 윤리위원회 제재 등 소환 사유에 제한을 두기는 했지만, 영국의 국민소환제는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됩니다.
직접민주주의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이자 의원소환법 설계 당시 자문에 참여한 맷 쿼트럽(MattQvortrup) 호주국립대학교 법학대학원 헌법학 초빙교수는 공익허브와의 서면 인터뷰에서“영국에서 최종적으로 채택된 제도는 처음 제안했던 이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사퇴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한국의 국민소환제 도입 필요성에도 공감한다”고 덧붙였죠. 쿼트롭 교수는 저서 <수요에 따른 민주주의(Democracy on Demand)>에서 “종합적으로 볼 때 국민소환제는 유권자들에게 현실과 동떨어진정치인, 유권자를 무시하는 오만하고 무능한 정치인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최후의 무기를 제공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2016년과 2025년, 광장 위에 선 국민
앞서 언급했던 헌법학자 김종서 교수는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정국 당시 민심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
|
|
“시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것은 제도적으로, 국민의 힘만으로 헌정파괴범죄를 저지른 자를 퇴진시킬 수도 처단할 수도 없다는 무력감과 안타까움이었다. 주권자라는 우리 시민들은,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이 내려졌을 때 눈물을 흘리며 환호했지만, 정작 그 전까지는 고작해야 국회와 헌법재판소 앞에서 촛불을 들면서 마음 졸일 수밖에 없었다”
김종서. 2017. 권력구조의 민주적 개편.
|
|
|
그러면서 김 교수는 국민이 광장에서 가장 강력하고 열정적으로 요구했던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최고권력인 대통령을 향해 당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아마 지금의 민심도 2016 년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다수의 국민이 정체 상태에 있는 사법부를 바라보며강도 높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으니까요. 시민들은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따져보거나 불확실한 낭설에 괴로워하며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은 광장에나가는 것뿐”이라며 한겨울을 지나 봄에 이른 지금까지 거리 집회에 참여하고 있죠.
이러한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고, 주권자로서 국민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대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 사회 그리고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많은 시민들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더 나은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
|
|
🔍 현황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위한 헌법재판소 변론 기일 시작.
•2025년 3월 24일까지 100일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헌재.
•국민의 피로도는 물론 국론 분열까지 심화하고 있는 상황.
📌 헌재 탄핵심판에 제기되는 의문점은?
•직접적 국민대표성이 없는 9인의 재판관이 국민의 주권을 대신 행사하는 게 맞을까?
📌 대통령・국회의원 사법적 제재의 한계는?
•사법부가 결론을 내리기까지 국민은 인내하면 기다려야 함.
•국회의원 대상의 선거법 재판은 판결 확정까지 평균 423일 소요.
•국민은 4, 5년에 한 번 돌아오는 선거에만 의존해 대표자를 심판해야 함.
✅ 시민 사회에서 논의되는 대안?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표를 직접 파면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도입.
•국민소환제는 부패하고 무능력한 선출 권력을 심판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
•임기 보장받으며 민의를 무시하는 대통령∙국회의원과 정치적 형평성 위해 국민소환제 필요.
|
|
|
참고문헌
조세일보. 25-03-23. [“尹 헌법·법률 위배”… 헌법학자회의, 헌재에 파면촉구 의견서 제출]. 뉴시1. 25-03-20. [헌재 예상 밖 장고, 왜?… ‘마은혁’도 변수 중 하나]. 노동과세계. 25-03-20. [광화문 시민들, “선고기일 발표 않는 헌재, 민주주의 방임”]. 한겨레. 25-03-14. [헌법재판관 3명이 반대? 탄핵 선고 늦어지는 진짜 이유 [The 5]]. 공익허브. 2025. 소환 청구 사유에 제한 없는 대통령・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김종서. 2017. 권력구조의 민주적 개편. 오현철. 2015. 녹색평론. 국민주권과 시민의회.
|
|
|
|
미션70까지는 메일리에 아카이빙 되어있어요
지난 레터 읽어보기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