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0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 김하늘 양이 학교 교사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김 양은 방과 후 학교 돌봄교실에 머물다 학원 차를 타러 가는 길에 변고를 당했습니다. 해당 교사는 “누구든 돌봄교실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와 같이 죽으려 했다”며 범행을 자백했어요. 학교 안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건은 온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삼가 故 김하늘 양의 명복을 빕니다. 사진: 뉴스1
사건 직후 정부와 정치권은 부랴부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국회입법예고 사이트에는 교육공무원법·초중등교육법·학교보건법 개정안 등의 관련 법안이 앞다퉈 올라왔어요. 그런데 이를 두고 여론을 의식한 졸속 입법이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유가족의 슬픔을 위로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논의해도 모자란 시간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교육부가 ‘하늘이법’을 추진한다는데요
범죄를 저지른 교사는 오랜 시간 우울증을 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범행을 저지른 것도 지난해 12월 9일부터 휴직했다가 다시 학교로 복귀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어요. 이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면서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도 자연히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의 근무 처리’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교육부가 구상한 하늘이법의 내용을 간략히 살펴볼게요.
하늘이법 초안 일부 내용
• 교사 임용 시험 시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리 검사 진행 : 임용 후보자가 학생과 대면 교육을 진행해도 문제 없는지 파악 후 ‘고위험 교원’ 배제
• 재직 중 정신 질환이 발생하거나 심해질 경우 학교장 직권 분리 조치 : 교원 직무 수행 적합성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직권 휴직 등의 조치 가능
•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가 휴직 또는 복직할 때 심의 절차 진행 : 심의위원회에는 의료진, 동료 교사, 학생, 가족 등의 참여를 추진
• 재직 교원 대상으로 마음 건강 검진을 의무화 수준으로 시행 : 올 상반기 중 마음 건강 검사 도구를 공개할 계획
보시다시피 교육부의 정책은 교원 채용 전후 이뤄지는 정신 건강 감정을 강화한 데 방점이 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현재 운영 중인 ‘교육공무원 질병휴직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거든요.
원칙대로라면 질병휴직위원회는 의료전문가를 포함한 3명 이상의 위원으로 구성돼야 합니다. 복수의 위원이 진단서를 기초로 질병의 심각성을 살펴보고 휴직이나 복직 여부를 판단해야 하죠.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이런 식의 상세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이 질병 휴직∙복직을 신청할 때 대부분 의사가 발급한 진단 소견서로 대체해왔다고 해요. 사실상 의사 1명의 의견에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의 근무 처리가 좌우됐던 겁니다. 이번 대전 초등생 살인 사건의 교사도 동일한 의사에게서 휴직과 복직을 위한 소견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요.
교육부 대책에 어떤 허점이 있냐면요
하지만 교육부가 내놓은 입법안은 위험성이 크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어요. 먼저, 특정 질병을 이유로 채용을 제한하거나 마음 진단 검사를 의무화할 경우 교원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심각한 정신질환을 가진 교원에 대한 조치는 필요하지만, 교직원 정신감정이 교사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또한, 현직 교원들을 중심으로 교원 치유 센터에서 많은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쌓은 행정 데이터가 ‘고위험 교사’를 선별에 쓰일 경우 교원을 감시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교사들을 무조건 배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질환을 숨기거나 조기 치료·상담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 오히려 사각지대가 확대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요.
아이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학교 환경 마련을 두고 정부와 현장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사진: 프리픽
교직 사회에서는 이번 대책이 교권을 침해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학부모 마음에 안 드는 교사가 있으면 “정신 질환이 있는 것 아니냐”며 민원을 제기해서 분리를 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이에요. 교원단체에서는 “정신 질환이라는 방대한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지 합의도 하지 않고, 교사의 정신 건강 보호에 관한 대책도 없이 입법을 추진하는 건 부작용이 크다”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학부모들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하늘이를 추모하는 전국 학부모회'는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할 교육부와 정치권이 들끓는 여론에 몰려 '하늘이법'을 졸속 추진하기 위해 형식적 수준의 절차만 밟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의료계도 교육부의 설익은 정책이 정신질환을 향한 편견만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가해자에게 우울증 병력이 있다고 해서 범죄 행위와 인과 관계를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거예요. 김동욱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범죄자 개인의 인격과 도덕성도 범죄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잔인한 행위를 정신질환 탓으로 돌린다면 오히려 정신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환자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죠.
여론을 달래기 위한 형식적인 정책 마련은 또다른 사회적 폐해를 낳을 수 있다. 사진: 프리픽
학생과 교사 모두를 보호하는 법이 되어야 해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하늘 양의 아버지는 “제2의 하늘이가 나오지 않게 하늘이법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하늘이법이 우리 사회의 비극을 막는 정의로운 법이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법적 검토가 필요합니다.아이들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와 교사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어느 하나 배제되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요. 부디 주먹구구식 정책 마련이 되지 않기를, 그래서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의 미션100을 마칩니다.
⭐ 하늘이법 정책의 문제점 정리⭐
🔍 현황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교사의 학생 살해 사건.
해당 교사는 오래 전부터 정신 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밝혀짐.
정신 질환 교사의 근무 처리를 둘러싼 각종 입법 정책이 논의되고 있음.
📌 현재 정책의 문제는?
교원의 정신 질환 감정 의무화, 교사를 향한 징계성 조치에 초점.
•정신 질환에 부정적 낙인 찍고 교원의 인권 침해할 위험이 있음.
✅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① 정부 정책이 단순한 규제나 처벌 수단에 그쳐서는 안 돼요
② 학생이 안전하게 교육받을 권리, 교원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모두 보호가 필요해요
참고문헌
뉴시스. 2025-02-19. [학부모 단체 “입법 경쟁 매몰돼 하늘이법 졸속 추진”]. 조선비즈. 2025-02-18. [[단독] 질환 있는 교사 심사하는 위원회, 사실상 유명무실]. 한국경제. 2025-02-18. [“우울증 고백한 거 후회돼요”… 20대 초등학교 교사 ‘한숨’ [이슈+]]. 동아일보. 2025-02-18. [교육부 “학생 위협하는 교사는 先긴급분리 後보고”]. 경향신문. 2025-02-17. [“이런 법이면 어떤 교사가 정신과 갈까요”··· 하늘이법에 13만건 의견]. 헤럴드경제. 2025-02-17. [“우울증 모두가 잠재적 살인자냐”… ‘하늘이법’ 추진 교사들 부글부글 [세상&]]. 머네투데이. 2025-02-17. [“살해가 우울증 때문?”… ‘하늘이법’ 추진에 의사도, 교사도 ‘우려’]. 문화일보. 2025-02-14. [교사 임용 단계부터 ‘정신 질환’ 걸러낸다]. 시사저널. 2025-02-14. [‘심각한 정신질환 교사’ 사전 징후에도 비극 막지 못했다]. 연합뉴스. 2025-02-13. [‘하늘이법’ 초안… 교사 질병 휴직·복직 심사 때 학생 참여 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