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미션101🚩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을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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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볼 수 없는 국산 애니메이션 덕후
티빙, 웨이브, 와챠 등 국내의 많은 OTT들이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본 OTT가 있습니다. 바로 애니메이션 전문 OTT ’라프텔’입니다. 라프텔은 소위 애니메이션 덕후들의 팬심에 힘입어 2년째 흑자를 기록 중입니다. 덕후들은 만화와 게임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 많은 분야에서 힘을 보이고 있습니다.
라프텔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보는 국내 덕후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자체 제작된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습니다. 라프텔 상단에 올라오는 인기 애니메이션 대부분은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간혹 '나 혼자만 레벨업'과 같은 합작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끄는 일은 극히 소수였습니다. 드라마나 음악 웹툰 등 많은 문화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한국이 유독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주 미션100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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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흑자를 기록한 애니메이션 OTT 라프텔. 출처: 라프텔 메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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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블’ 같은 국산 애니, 본 적 있나? 한계에 부딪힌 애니메이션 산업
최근에 제작된 국산 애니메이션 중 유명한 작품 몇 개를 떠올려 보시죠. 무엇이 생각나시나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둘리, 뽀로로, 티니핑이 생각나지 않으셨나요?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은 모두 아동용으로 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2023년 애니메이션 업계 순위를 살펴보면 1위가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매출액 약 880억원)’, 2위가 티니핑을 만든 ‘에스에이엠지 엔터테인먼트(매출액 약 850억원)’였을 만큼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만을 타깃해 왔습니다.
이에 반해 최근 성인들 사이에서 향수를 일으켰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슬램덩크’나 ‘귀멸의 칼날’, ‘스즈메의 문단속’ 등은 모두 일본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이었지요. 슬램덩크 극장판이나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애니메이션들은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해 수익이 한화 3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0대에서 30대 넓게는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포섭하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것이 흥행의 비법이었습니다. 아동용 애니메이션만을 제작했던 우리나라와는 반대되는 전략입니다. 문화계에서는 ‘국내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갇혔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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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가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 2위가 티니핑을 만든 ‘에스에이엠지 엔터테인먼트’
출처: 나이스비즈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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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애니메이션 산업을 살리기 위해 10대에서 30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소위 ‘키덜트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키덜트용 애니메이션은 소비력 있는 젊은 세대에게 굿즈나 피규어, 게임, 영화까지 다양한 파생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키덜트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해야 한다는 지적은 이해하고 있으나, 우리도 아동용 애니메이션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항변합니다.
아동용 쏠림 현상의 원인: 과도한 규제와 수익성 문제
애니메이션 산업 관계자들은 “국내에선 규제가 심해 아동용 애니메이션 이외에 다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애니메이션의 주 시청자가 연령대가 낮은 아동뿐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비교적 엄격한 규제가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다양한 분야와 창의적인 내용의 애니메이션이 나오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최근 흥행에 성공했던 국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박지연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고충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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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가 어린이기 때문에 심의와 관련 법안이 엄격합니다. PPL(콘텐츠 간접광고)도 쓸 수 없어요. 또 표준어만 사용해야 합니다. KBS는 외래어도 못쓰게 해요. ‘테이블’ 같은 단어도 심의에 걸린 적이 있습니다. 탁자로 고쳐야 했죠. 그런데 또 대본은 구어체를 써야 하잖아요. 표준어로 구어체 대사를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 작가님들은 사투리도 쓰고 욕설도 많이 쓰잖아요.(웃음) 영화나 드라마를 쓰다 오신 분들은 표준어 대사를 쓰는 것부터 많이 어려워하세요.”
- 박지연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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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 등 수익과 관련된 규제 역시 국내의 애니메이션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드라마를 예시로 들어볼까요. 드라마는 방영 전 광고와 방영 중의 간접광고, 직접광고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작품의 연기자가 광고에 직접 나와 홍보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의 경우 다양한 제약이 있습니다. PPL도 쓰기 어려울 뿐더러, 작품의 캐릭터가 광고에 직접 나와 홍보하는 방식도 드뭅니다. 또한 편성 시간대가 사람들이 자주 보지 않는 시간대에 몰려 있어 광고 단가가 매우 낮습니다. 예를 들어 많은 방송사들이 애니메이션을 평일 오후 3~4시 대에 편성하곤 했는데요. 업계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주시청자층인 어린이들이 학교나 유치원에 가 있을 시간”이라며, “광고의 단가와 홍보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광고단가표에 따르면 오후 3시에 편성된 어린이물의 15초 기준 방송광고 판매가는 70만원 정도지만, 오후 10시에 방영하는 인기 드라마는 1300만원이었다고 합니다.
수익성이 낮다고 평가된 국산 애니메이션들은 MBC, SBS와 같은 기존 방송사에서 외면을 받았고, 결국 어린이 시청자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EBS로 눈을 돌렸습니다. 수익성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던 업계에 EBS와 ‘뽀로로’는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었는데요. EBS의 주 시청자인 유아들을 타겟으로 하여 시청률도 확보하고, 얻은 인기로 뽀로로 관련 완구를 대량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가 유아용 애니메이션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던 배경이 여기에 있었던 것입니다.
결국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은 수익성이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해 유아용 애니메이션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작사들이 유아용 애니메이션만을 제작했던 이유는 유아들을 타겟으로 하여 IP를 판매하는 것이 업계의 유일한 생존 전략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익성 문제는 국내 애니메이션의 주류를 아동으로 한정지었고, 다른 분야의 애니메이션에 기술적 노하우를 쌓지 못하게끔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아기공룡 둘리’의 김수정 작가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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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당시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이 상영 순위 4위를 했는데도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투자 빚을 갚는 데에만 5년이 걸렸다. 제작비가 만만치 않다 보니 투자자들은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겠느냐며 회의적이었다. 그러니 가뭄에 콩 나듯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고, 기술적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 새로운 작품을 계속 보여드리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 김수정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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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portsW. 23-05-10. “'아기 공룡 둘리' 김수정 작가 ".韓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 어려워...빚 갚는데만 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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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국산 애니메이션의 희망 될 수 있을까
김수정 작가는 국산 애니메이션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그 기조가 웹툰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한국 웹툰과 웹소설을 보면 이야기 구조가 굉장히 프리하다. 이게 그대로 이어서 애니메이션으로 넘어 온다면 멋있는 애니메이션이 나올 것 같고 그게 우리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김수정 작가의 생각이 적중했던 걸까요? 국내에서 웹소설과 웹툰으로 많은 인기를 모았던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이 작년 개봉했습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화는 웹툰이 해외에서 많은 인기를 모았기에 가능했다고 하는데요. 해외 청원 및 의견 수렴 사이트인 ‘change.org’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의 애니메이션을 넷플릭스에서 보고 싶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15만명에 가까운 동의를 얻었다고 합니다. 올해 나온 시즌 2는 공개 직후 일본 OTT 플랫폼 ‘아마존 프라임’ 1위를 기록했고, 1월 중순에는 한국과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11개국의 넷플렉스에서 TOP 10에 진입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다른 IP 사업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는데요. 넷마블은 작년 나 혼자만 레벨업을 게임으로 출시하여 흑자로 전환하는 데에 성공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나 혼자만 레벨업을 드라마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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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화를 앞두고 있는 웹툰 목록 (왼쪽부터 화산귀환, 전지적 독자 시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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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이 꽃피는 지금이 적기, 정부의 과감한 투자 필요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웹툰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정부의 과감한 투자로 관련 산업을 키워 나가야 할 때라고 이야기합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애니메이션의 기획과 유통, 배급, 제작 등 많은 단계에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요.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만 해도 투자 및 기획은 한국과 일본, 미국이 공동으로 진행했지만, 제작 자체는 일본의 ‘애니플렉스’가 단독으로 진행했습니다. 촬영부터 CG, 액션, 음향까지 모두 일본의 감독들이 맡았죠. 앞으로는 이러한 애니메이션 관련 사슬이 독립할 수 있을 정도로 커져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에서 웹툰의 애니화가 한층 수월해질 것입니다.
애니메이션 관련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정부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만약 나 혼자만 레벨업의 웹툰이 해외에서 인기를 모으지 않았다면, 그리고 15만명의 해외 구독자들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달라는 청원을 올리지 않았다면, 나 혼자만 레벨업은 애니화 될 수 있었을까요? 각종 규제와 수익성 등의 문제로 이미 많은 웹툰들이 애니화에 실패했습니다. 기획이나, 유통, 제작 등의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어 애니화가 지연되거나 수익을 일본과 중국 등 경쟁업체에 맡겨야 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만약 과감한 투자가 없다면 당분간은 나 혼자만 레벨업과 같은 성공작은 나오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니메이션진흥기금과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를 만들어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화 분야의 경우 영화발전기금을 통해 영화의 제작과 유통∙배급,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기금이라는 형식으로 영화 산업의 발전을 돕고 있는 것입니다. 애니메이션진흥기금이 설치된다면 애니 산업의 가장 큰 골칫거리인 제작비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수익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규제 역시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린이를 타겟으로 한 애니메이션을 제외하고 일부 애니메이션은 간접광고 등의 규제를 완화하여 광고를 통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웹툰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의 새로운 미래가 될 수 있습니다. 국내 웹툰은 이미 일본과 중국,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 다양한 국가에서 인기를 모이고 있는데요. 자유롭고 창의적인 웹툰이 애니메이션까지 이어진다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쩌면 케이팝과 드라마에 이어 새로운 문화 산업을 이끌 주자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흥행하여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은 새로운 애니메이션 강국으로 거듭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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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황
-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덕후의 숫자에 비해 크기와 경쟁력 떨어져
- 대부분의 국내 애니메이션이 연령대가 낮은 어린이들만을 타깃
- 귀멸의 칼날, 원나블과 같은 10~30대 애니메이션 부재
📌 한국의 문제는?
- 과도한 애니메이션 규제로 애니메이션 산업 위축
- 제작비에 비해 예상되는 수익이 적어 애니메이션 투자 비활성
-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완구 등을 판매할 수 있는 유아용 애니메이션만을 제작. 자연스럽게 액션, 판타지 등의 애니메이션이 위축
- 애니메이션 산업이 작아지며, 제작, 유통, 기획 등 관련 산업 붕괴
✅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책
- 애니메이션진흥기금 및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 설치
- 애니메이션진흥기금을 설치하여 애니메이션 관련 산업을 지원 - 공공기관인 애니메이션진흥위원회를 설치하여 일관된 정책을 추진
- 일부 애니메이션에 한해 간접광고의 규제를 완화하여 투자를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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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데일리. 15-05-05. “어린이날 TV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이 사라진 이유?”
세계일보. 20-06-04. ““애니 산업 경쟁력 키우려면 진흥위 설립·기금 조성해야””
한국경제. 24-04-22. “국내 유일 흑자 OTT '라프텔'···'덕후의 힘' [비즈니스포커스]”
jobsN. 20-09-21. “구름빵·신비아파트에 참여한 작가가 공개한 놀라운 수입”
SportsW. 23-05-10. “'아기 공룡 둘리' 김수정 작가 ".韓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 어려워...빚 갚는데만 5년"”
Webtoon Insight. 20-08-13. “‘나 혼자만 레벨업’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제작해주세요 해외 청원 15만여명 모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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