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재외국민?
그들이 나라에 관심 갖기 힘든 이유
미션97🚩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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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분을 위한 7시간의 여정,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떠나는 재외국민들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A씨. A씨는 이른 오전부터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향했다. A씨가 사는 글래스고에서 목적지인 런던까지는 760km가 떨어져 있다. 기차를 타고 약 7시간이 걸리는 먼 거리이다. 학기 중인 데다가 과제가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지만, 그녀는 혼란스러운 대한민국이 조금이라도 빨리 안정을 되찾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투표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중국 내몽골에서 자영업을 하는 B씨도 5시간 동안 기차를 타고 베이징 대사관에 도착했다. B씨는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오늘 하루 장사를 접기로 했다. 그는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며, “좀 더 한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다. (거리가) 멀고 짧고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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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산을 넘고, 물을 건너는 재외국민도 있지만, 다수의 재외국민은 투표에 참여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장시간을 이동하기도, 학업 또는 생업을 포기하고 투표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재외국민의 투표 명단 등록률이 매 선거 때마다 10%를 넘기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대다수의 재외국민이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민의 한 표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요즘, 재외국민의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이유와 논의되고 있는 대안들에 대해 미션100이 알아봤습니다.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 하는 이유 ① 제한적인 투표권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이 생긴 건 겨우 15년 전의 일입니다. 과거에 우리나라는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재외국민에게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재외동포와 그 자손들 그리고 해외에 오래 체류하던 유학생 등 대다수의 재외국민은 투표에 참여할 수 없었습니다.
2007년 6월 약간의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재외국민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을 위헌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내에 있는 주민등록자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공직선거법 규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을 내리고, 이를 개선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지금은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재외선거인은 국회의원 비례대표와 대통령 선거에,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유학생·주재원·여행자 등은 자신이 등록이 되어있는 지역구 국회의원과 비례대표, 대통령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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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선거의 범위
출처: 법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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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의 투표권이 이전보다 확대되었다고 하지만 부족한 점은 아직 많습니다. 모든 재외국민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국민투표 그리고 주민투표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에 아무리 중요한 지역 문제가 걸려있더라도 국내로 돌아가지 않는 이상 투표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방법은 없습니다. 국민투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4년 7월 헌법재판소는 “재외국민들에게 국민투표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정치권은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투표법을 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아직 많은 부분에서 재외국민은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재외국민이 참정권을 보장받지 못 하는 이유 ② 열악한 투표 환경
재외국민들에게 선거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닙니다. 투표명단 등록이라는 생소한 절차, 실종된 선거운동, 먼 거리에 있는 투표소 등 각종 악조건이 재외국민의 투표를 방해합니다. 2024년에 열린 22대 총선에서 투표를 위해 약 1,600km의 거리를 이동한 한 가족의 사연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가장인 A 씨는 모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내와 딸아이를 데리고 푸켓에서 방콕까지 3박 4일을 이동해 재외투표를 하고 왔다.”라는 인증글을 올렸는데요. A씨는 “자동차로 오랜 시간을 이동하느라 힘들었다. 그러나 딸아이에게 선거의 중요성을 자연스레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학습의 장이어서 더 뜻깊은 여정이었던 것 같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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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거주하는 푸켓 지역에서 투표소까지의 거리
출처: 보배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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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 등 재외국민이 많은 지역에서는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한인회가 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A씨처럼 사비를 들여 투표소까지 가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재외국민의 인구수 3만 명당 최대 3개의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게끔 규정했는데요. 재외국민들 사이에서는 투표소 숫자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후보자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재외국민에게 발송되는 것은 선거안내문과 우편투표 용지뿐입니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SNS에 접속하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후보자들의 정보를 알 방법이 없습니다. 유권자가 후보자에 대해 충분히 사전 정보를 숙지한 후에 투표에 참여해야 하지만 정보 부족으로 재외국민의 투표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외국민의 정치 참여가 활발한 선진국들, 관건은 투표 방식의 다양화
인도에서는 선거 때마다 투표 장비를 든 사람들이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44일 동안 총선이 이루어지는 인도는 자동차로 갈 수 없는 오지도 수두룩해,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함을 어깨에 메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투표소를 설치하고 옵니다. 투표용지에는 글을 모르는 유권자도 그림을 보고 투표할 수 있도록 각 정당의 그림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처럼 인도는 몸과 마음이 멀리 떨어져 있는 국민일지라도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가 발전한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재외국민 본인이 외국으로 이주하기 전 마지막으로 거주했던 주 소속으로 투표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하원 선거의 경우 아예 재외국민이 거주하는 지역별로 따로 선거구를 만들었습니다. 현재 재외선거를 실시하고 있는 108개 국가 중 56개 국가에서 공관투표(투표소투표)방식을 채용하고 있지만, 나머지 54개 국가는 우편투표, 대리투표, 팩스투표, 전자투표 등 복수방식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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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재외선거 투표방식.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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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도 국민이다.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라
정치권은 투표소 추가 설치, 선거운동 방식의 다양화 등 재외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재외국민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돌리기에는 여전히 노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막혀 공관투표 방식만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민주주의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재외국민의 투표율이 낮은 이유입니다. 선거방식을 다양하게 허용하지 않는다면, 정치에 대한 재외국민들의 관심도는 계속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죠.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기본 권리입니다. 살고 있는 지역에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보장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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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국회입법조사처. 2020. “재외국민 선거제도의 현황과 개선방향”
오마이뉴스. 22-04-28. “우리는 국민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블로그. 2020. “영국유학 중 경험했던 제19대 대통령선거 재외투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식블로그. 2023. “재외선거 투표 방법 미리 알고 가세요!”
한겨레. 24-04-02. “재외투표율 62.8% 역대 최고…왕복 1600㎞ 이동한 가족도”
KBS 뉴스. 24-04-03. “투표하러 산넘고 물건너…재외선거권자 100명 중 4.7명만 투표 [특파원 리포트]”
YTN. 24-04-20, “투표장비 들고 산 넘고 물 건너...인도 44일간의 총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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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70까지는 메일리에 아카이빙 되어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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