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독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가 쓴 책은 전국의 서점에서 품절 행진을 이어갔고, 사람들은 재입고되는 책을 구매하기 위해 ‘오픈런’을 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고 그 의견을 나누는 독서 모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독서 모임 ‘트레바리’에서는 4개월에 25만 원을 내고 참가하는 한강 대표작 독서 모임이 순식간에 마감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한강 작가의 책을 구매하기 위해 서점에 들른 사람들은 “오랜만에 책을 구매하는 계기가 되었다”며, “앞으로 좀 더 책을 적극적으로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점가와 출판사도 모처럼 활기를 띠었습니다. 한 서점 관계자는 이번이 “역대급 판매”가 되었다며 사원들과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고 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많은 국민들이 독서 열풍에 빠졌지만, 문학계는 “이번에도 반짝 유행이 될 까봐 걱정이다”, “이러다가는 제2, 제3의 한강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에도 우려의 목소리를 보내는 문학계,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독서 열풍의 실체? OECD 독서량 최하위인 대한민국
‘이번 독서 열풍이 반짝 유행이 될까 봐 걱정’이라는 문학계의 우려. 안타깝게도 이 우려는 현실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우리나라 성인의 연평균 독서율은 43%로, 10년 전과 비교해 30% 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최하위 수준입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조명을 받나 했지만, 한강 작가의 책을 제외한 다른 서적에 대한 관심은 크게 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서점가를 뒤덮은 한강 작가의 열풍은 반짝 유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입니다.
출처: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독서율의 하락은 문학의 위기와도 이어집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손꼽히는 문학 출판사들, 예를 들어 문학동네와 창비의 영업이익은 40% 가까이 감소했습니다. 중소 출판사의 사정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많은 중소 문학출판사들이 자신들이 내놓은 책의 존재감을 알리기도 힘들어 폐점 소식을 전했습니다. 출판사의 판매량이 줄어 지금은 책을 내더라도 웬만큼 이름 있는 작가의 소설조차 초판을 소화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제2, 제3의 한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역대 최저 독서율에도... 독서 관련 예산 깎는 정부
정부는 낮은 독서율에 대한 문제 인식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독서 관련 주요 예산을 삭감해 이중적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올해 문체부는 지난해 3.9 권이었던 연간 독서량을 7.5 권으로 높이겠다는 과감한 목표를 내세우며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예산을 잘 살펴보면 독서 장려 관련 사업 및 출판사 지원 예산 등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동식 도서관과 독서 모임 등 국민들의 책 읽기를 지원하는 ‘국민독서문화증진’ 사업이 전액 삭감되었으며, 이외에도 중소 출판사 및 작가들을 지원하는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지원’ 사업이 중단되어 출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책을 읽고 사유하는 문화를 정부가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 독서 정책을 만들긴커녕 다 없애고 있다”며 정부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2023년과 2024년 문체부 독서 관련 주요 예산 비교
한강 열풍 이어가려면... 국가의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
2016년 한강 작가가 세계 3대 문학상이라고 불리는 맨부커상을 수상했을 당시에도 문학계는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반신반의였다고 합니다. 일부는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1분에 10권이 팔린다는 소식에 문학계가 다시 일어설 것을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1년을 채 가지 못했습니다. 정부 역시 맨부커상을 계기로 독서 문화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 역시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후 많은 중소 출판사가 위기를 맞았고, 지역 유명 서점조차 차례차례 폐업을 결정했습니다. 지금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독서율은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정부의 예산 역시 줄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독서는 창의력을 키울 중요한 밑거름이라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독서량이 떨어질수록 그 사회 인적 자원의 혁신, 창의력이 같이 떨어진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강 열풍을 이어가려면 작가와 출판사가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참고문헌
문화체육관광부. 2023.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문화체육관광부. 2024. 제4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24-2028]
내손안에서울. 24-10-21. 서울은 지금 독서 중! '서울야외도서관' 한강 작가 특별전
뉴스핌. 24-10-17. [노벨문학상 이후 3] 한강 특수, '단군 이래 최대 불황' 문학시장 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