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우리 일상에서 정말 중요한 교통수단입니다. 공공성이 큰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버스 요금을 통제하는 등의 관리를 하고 있어요.
지자체가 지역의 버스를 관리하는 형태 중 하나가 ‘준공영제’인데요, 민간의 버스회사가 운행을 책임지고 지자체가 비용을 지원해주는 구조예요. 2004년 도입되어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부산·광주광역시 등 수많은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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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자본의 먹잇감’ 된 버스 준공영제
20년 동안 버스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 버스회사의 경영효율화를 이루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이제 기존의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공공 인프라로써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버스사업이 ‘고수익이 보장되는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자체의 지원금 덕분에 절대 손실이 나지 않고, 기본이윤이 보장되고 성과이윤도 얻을 수 있는 사업’이라는 특성을 보고 사모펀드들이 버스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했고,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이 펀드에 수천억원의 자금을 댔어요. 단기간 고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특성 상 장기적이고 공적인 관점에서 버스사업을 운영하지 않을 것 같은 우려가 드는데요, 역시나 투자자들의 이익을 앞세우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지자체 손실지원금 늘어나는데… 투자자들은 15~30% 고수익
버스회사를 인수한 사모펀드들은 고배당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투자자들은 투자금의 15~30%에 이르는 고수익을 챙기고 있대요. 사모펀드사들이 고액 배당금 잔치를 벌인 걸 보면 ‘승객이 많아져서 버스사업이 대박이 난 건가?’ 싶지만, 그렇지 않아요.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는 지자체에서 버스회사에 보전해주는 손실지원금이 늘어나는 추세예요.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2조원 이상의 재정이 준공영제 시행지역에서 버스운송사업자에게 손실지원금으로 지급됐어요. 서울시의 경우 최근 3년 간 연간손실지원금이 연평균 73.6% 증가했죠.
표 출처: 이규민. 2024. 버스준공영제 속 사모펀드, 향후 보완책 제시. 국회입법조사처.
적자 났는데도 ‘고배당 정책’, 배당성향 698% 달한 사례도
사모펀스에 인수된 회사들은 적자가 나는데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했어요. 사모펀드 소유인 영신여객은 지난해 1억 4천만원을 벌었는데 6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이 432%에 달했고요, 김포교통의 경우 지난해 8억 4천만원이나 적자를 봤는데 오히려 2억원을 배당했어요. 698%에 달하는 배당성향을 보인 수원시의 한 여객업체도 있었죠. 국토교통부가 분석한 결과, 한 사모펀드가 인천의 버스회사들을 인수하고 난 후에 인천 시내버스 업체 10곳의 배당 성향이 36%에서 155%로 폭증했다고 합니다.버스사업이 원래 고배당인 게 아니라 사모펀드가 인수하고 나서 배당성향이 크게 강화되었다는 이야기예요.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어떻게 배당금 잔치가 가능했을까요? 대표적인 전략은 차고지를 소유하고 있는 준공영제 버스회사를 사들인 뒤에, 차고지를 팔아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차고지가 사라지면 버스를 어떻게 운행할 수 있을까요. 사모펀드사는 버스 준공영제가 차고지 비용도 지원한다는 점을 악용하려 했어요. 원래 있던 차고지는 팔아버리고 투자자들과 수익을 나눠가진 뒤, 지자체에게 공영차고지를 임차해달라고 요구하기로 계획을 세운 거죠. 어차피 임차료도 지원받으니까요.
사모펀드사들이 공영차고지를 쓰게 되면 기존에 해당 차고지를 종점으로 쓰던 버스들이 노선을 조정하거나 종점과 차고지가 일치하지 않는 상태로 버스를 운영해야 하는 문제가 생겨요. 버스 노선이 바뀌게 되면 기존 승객들도 불편을 겪고요, 버스가 종점까지 운행을 마친 뒤 다시 차고지로 이동해야 하면 그만큼 비용도 증가하게 돼요. 버스기사들의 쉬는 시간도 줄어들고요.
공공성까지 위협하는 ‘쥐어짜기 경영’으로 수익 챙겼나
사모펀드사에 인수된 버스회사들이 타이어와 정비부품 등의 비용 절감을 위해 교체시기를 늦추고, 정비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쥐어짜기 경영’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또다른 전략인거죠. 버스 기사들이 빗물 새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제공되는 식사의 질이 심각하게 낮다는 문제가 드러나며 운영비 절감으로 사모펀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어요.
운영비를 줄이는 과정에서 버스 노선이 폐지되거나 감차가 진행되기도 했어요. 입법조사처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사모펀드가 인수한 8개 버스업체의 64개 노선에서 일일 운행이 1268.5회만큼 감축되었고, 사모펀드가 인수한 경기도의 6개 버스 업체 중 5개 업체가 29개의 노선을 폐지했다고 해요.
‘공공서비스 운용 책임감’ 있는 주체가 버스 사업 운영해야
서울시는 2024년이 가기 전 버스 준공영제 20주년을 기념하는 혁신안을 내놓겠다고 했어요. 2024년이 약 3달 정도 남았는데요, 이 와중에 수년간 막대한 배당금을 챙긴 한 사모펀드사가 외국 자본을 상대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2025년 말에 일부 펀드의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데, 투자자들이 장기투자보다는 일괄 매각을 통한 엑시트 수익 극대화를 원하고 있대요. 이미 외국 유력 사모펀드운용사 여러 곳이 매수 의사를 밝혔고요. 만약 이 사모펀드가 ‘익절’에 성공한다면, 우리의 공공교통 인프라는 어떻게 될까요? 비싸게 매수한 또 다른 사모펀드는 그만큼 수익을 챙기려고 하겠죠. 더 이상 투기자본에 의해 버스의 공공성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빠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문헌
이규민 외. 2024. 버스준공영제 속 사모펀드, 향후 보완책 제시. 국회입법조사처. 이영수. 2023. 사모펀드의 버스산업 진입실태와 문제점. 사회공공연구원. SBS. 24-10-08. 올해만 벌써 4천억 시민혈세 받은 서울버스, 배당에 '펑펑'. 한겨레21. 24-10-04. [단독]버스 집어삼킨 사모펀드, 고배당 돈잔치 뒤 팔고 튄다. 한겨레. 23-07-25. [단독] 버스기사 밥상 옆에 빗물 후드득…쥐어짜는 차파트너스. 한겨레. 23-06-19. [단독] 준공영버스에 대기업·금융사 투자…‘공공성 훼손’ 알면서. 한겨레. 23-06-19. [단독] 시내버스 먹어치우는 차파트너스… 그들은 왜 버스 노리나. 한겨레. 23-06-21. [단독] 차고지 팔고 먹튀?…버스회사 산 사모펀드의 속내. 한겨레. 23-06-21. [단독] 버스기사에 “타이어 아껴 써”…새 주인에게 안전은 뒷전.